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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독후감

[독후감] 모순을 읽고 느낀 점과 줄거리, 인상 깊었던 구절들

Youngchangoon 2021. 9. 30. 23:08

모순 - 양귀자

오랜만에 다시 책을 들고 읽었다. 출퇴근 시간마다 핸드폰 사용을 줄이고 독서를 했는데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독서하는 습관을 다시 잡아준 아주 고마운 책이다.

책의 줄거리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안진진, 하루를 가장 열심히 사시는 어머니와 집을 나간 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매일같이 조폭 흉내만 내는 남동생을 하나 둔 주인공이다. 그냥저냥 살아가던 주인공은 좋아하는 취미 하나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갔다. 올해 25살을 맞으면서 정신이 번쩍 든 주인공은 자신의 현재 삶을 고찰하며 앞으로 자신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며 전 생애를 걸어서라도 인생을 탐구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어머니의 쌍둥이 이야기

어머니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같은 날에 태어났고, 같은 날에 결혼했지만 삶은 완전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어머님은 매일같이 술만 마시면 물건을 던지고 때리고 도망가는 남편을 만났고, 이모는 돈이면 돈 인품이면 인품, 부족할 게 없는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어머니는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이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은 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유학 간 자식들과 정시에 지나가는 열차처럼 규칙적인 이모부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중간 속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와 이모의 사이를 이어주는 통로가 되면서 이모의 베스트 프렌드가 된다.

어릴 적 아버지

아버지는 술을 마시기 전에는 그 누구보다 다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모든 물건을 다 집어 던지고, 어머님을 때렸다. 그런 아버지가 미울법한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은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 어릴적 추억을 더 따뜻하게 간직하고 언젠가 맞춰볼 손바닥만을 기다린 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녀 앞의 두 남자

주인공에게는 너무나도 다른 두 남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김장우, 레스토랑 알바를 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연락하게 되었는데 정말 자상하고 좋지만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과 가난한 가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멋있는 김장우에게 자신의 안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또 한 남자는 나영규, 안정적인 직장과 모든 일을 계획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데이트를 할 때도 자신의 계획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그런 나영규를 좋지 않게 본다. 쉽게 생각해서일까, 나영규에겐 자신의 안 좋은 일까지 모두 털어놓는다.

작 중에는 두 남자의 성격이 아버지와 이모부를 연상케 하는 것 같다. 이모와 속마음을 공유하는 사이인 주인공은 다 가졌지만, 불행한 이모를 보면서 계획적인 나영규보다는 순박한 김장우를 더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이모가 죽고 난 이후, 주인공은 모순적이게도 나영규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주인공은 불행할 걸 알지만 어쩌면 살아보지 않은 세상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이모

이모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베스트 프렌드로 나온다. 좋은 집에 유학 간 자식들까지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이모지만 이모는 소설 내내 주인공과 이야기할 때 빼고는 행복하지 않게 나온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전쟁 같은 어머님을 부러워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가질 수 있는 건 다 가졌지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자식들이 떨어져 있으니 마음이 공허한 것 같았다.

느낀 점

책을 처음 다 읽고, 정말 치밀하게 짜인 현실감 있는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한 소설에도 주인공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녹아들어 여러 시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이모와 어머니 이야기는 똑 닮은 쌍둥이로 태어나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면서 서로에 대한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전개가 인상 깊었다. 누구나 부러울법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자식들은 유학 가고 철저히 계획적인 남편 때문에 삶의 재미가 없는 이모, 남편은 도망가고 아들은 감방에 가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지만 그곳에서도 삶의 희망을 놓지 않고 행복을 찾는 어머니. 내가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사실 그래도 이모의 삶을 선택할 것 같다. 하루하루가 아무리 노력해도 더 나아지지 않는 삶을 살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이모의 삶보다 더 많이 찾아올 것 같다. 이모가 마지막에 죽음을 선택한 건 개인적으로 조금 의외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위 이야기를 이어서 왜 주인공이 그토록 사랑했던 김장우를 선택하지 않고, 나영규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다. 주인공은 자라면서 물질적인 불행을 많이 보고 느끼고 자라왔을 것이다. 열심히 어머님이 벌어와도 돈만 홀랑 빼가는 아버지, 말썽만 피우고 감방에 들어가서 어머님의 등골을 빼먹는 남동생, 이런 집안에서 어떻게 원하는 거 한번 사고 살 수 있었을까, 심지어 직장도 이모부의 회사로 들어갔다. 물질적인 행복을 얻어보지도 못한 주인공은 김장우를 정말 사랑하지만 아마 이런 이유로 나영규를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완벽하게 살고 싶지만,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고 인생은 항상 실수의 반복이다. '모순'에서도 우리가 '경험' 해보지 않고 미리 앞서서 예측해보지만,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반대로 '경험'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탐구'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감명 깊은 구절

P75. 아껴서 좋은 건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P127.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P152.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P188.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P209.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사랑이란,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다.

P291. 우리는 크고 작은 액자 안에 우리의 지나간 시간들을 걸어놓으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P296.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