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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 문목하 본문

리뷰/책 독후감

돌이킬 수 있는 - 문목하

Youngchangoon 2022. 9. 3. 11:11

책 소개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첫 번째 한국 SF소설이다. 싱크홀 사고 이후 초능력을 얻게 된 사람들과 그 사실이 세상 바깥으로 나오지 않게 하려는 섹션, 그리고 초능력자들을 중심으로 생긴 비원이라는 조직까지 ‘윤서리' 라는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며 놀랄만한 반전까지… 숨 쉬지 않고 읽은 소설이다.

세 가지 능력

소설에선 세 가지 능력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부수는 파쇄자, 멈추는 정지자, 제자리에 돌려놓는 복원자.. 작가의 능력의 표현이나 서술 등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참신하고 재밌는 설정들도 많았지만 단순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럴싸한 원인이 있어서 더 몰입감 있게 보았다.

싱크홀 속 두 그룹

처참한 상황 속 정여준과 최주상의 그룹은 정반대의 정치를 이룬다. 정여준은 힘으로 지배하는 정치가 아닌 수평적이고 민주적이지만, 최주상은 비원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끔찍한 수직구조와 독재 정치를 한다. 두 정치의 대비되는 상황들이 재미있었다. 독재 속에선 항상 반란의 위험과 배신이 도사리고 있지만, 민주적인 경선산성에선 오히려 따뜻하고 서로를 애틋하게 봐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두 그룹 중 선택할 기회가 온다면 나는 어디로 갈까? 안전하지만 공포조직인 비원, 외부의 위협으로 안전하지 않지만 서로를 챙기고 따뜻한 경선산성, 정말 고르기 어려울 것 같다.

결국은.. 살아남기 위한 행동일뿐

서형우라는 형사는 매우 악질스러운 캐릭터로 묘사된다. 또한 섹션의 있는 차세영, 차세욱도 마찬가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된다면 어떠한 행동도 할 인물들이다. 싱크홀 자체가 국가 기밀 사항인데다 사실이 새 나가는 즉시 죽는 것도 알기에 더 처절하게 묘사되었던거 같다.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일 사람들이다.

주인공의 반전 능력과 놀랄만한 후반 전개

소설의 중반부로 들어서면 주인공의 정체와 능력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시간을 복원할 수 있는 능력자고, 모든 능력보다 가장 우위에 있었다. 읽다 보면 소설 첫 부분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결국 윤서리의 수많은 반복 끝에 소설이 여기까지 굴러올 수 있었던 것이었던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 또한 냉혈한 같았던 최주상에게도 윤서리는 아킬레스 같은 존재였다.

정여준과 윤서리

결국 윤서리는 끝까지 정여준을 살리기 위해 반복되는 일생을 무한히 반복한다. 매 순간 정여준이 죽임을 당할 때마다 윤서리는 계속 시간을 돌린다. 여기서 정여준 또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정지자였다. 그는 죽지 않기 위해 시간을 멈췄고, 윤서리는 시간을 되돌리게 되어 정여준이라는 사람은 계속 복제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여준은 묵묵히 그녀가 성공하기를 기다려준다. 결국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서야 윤서리는 정여준을 살릴 수 있었다. 최주상은 우리의 입장이 되어 정여준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물어본다. 정여준은 이런 말을 남기며 이 소설을 마친다. “왜겠어요?”